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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태 선생 살던 스페인 집, 기념관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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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1906~1965)의 스페인 마요르카 집이 오는 15일 '안익태 기념 전시관'(가칭)으로 재탄생한다. 주(駐)스페인 한국 대사관은 "올 8월부터 고택(故宅) 보수 공사를 진행해 안익태 탄생 110주년(12월 15일)에 맞춰 개장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을 마친 상태"라고 12일 밝혔다.

지중해 마요르카 섬의 중심 도시 팔마(Palma)에 있는 안익태 집은 한국 정부가 소유하고 있지만, 안익태의 막내딸 레오노르 안(62)씨가 현재까지 살면서 관리인 역할을 해왔다.

스페인의 안익태 집에는, 안익태가 썼던 악보나 일기, 생전 사진 등 기록물이 다른 가족의 개인 소유품과 뒤섞여 있어 그간 분실이나 훼손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주스페인 한국 대사관은 이번 보수 공사를 통해 1층은 안익태의 유품을 보관·전시하는 기념 공간으로 바꾸고 2층은 개인 공간으로 분리하는 작업을 했다. 레오노르씨가 계속 2층에 거주하면서 관리자 역할을 하고, 1층 전시실은 일반인에게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새 단장을 마친 전시실에는 안익태의 악보와 사진 등 다양한 기록물이 유리로 된 전시대에 비치됐다. 정원에는 안익태가 생전에 가꿨던 것처럼 무궁화와 레몬, 오렌지 나무 등을 심었다. 대사관 관계자는 "정식 박물관으로 조성하려면 스페인 현지 건축법·소방법에 맞춰 추가 증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 기념 공간으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안익태의 역사를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건물을 보수했다"고 밝혔다.

15일 개장 행사에는 팔마 시장(市長) 등 현지 정치·문화계 인사 7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레오노르씨는 "그동안 한국 관광객들이 집 위치를 잘 몰랐는데 이제 대문에 크게 '안익태 고택'이라고 쓴 사각형 동판(가로·세로 30㎝ 크기)을 붙여놓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사관과 유족은 장기적으로는 '마요르카 지역문화유산'에 안익태 고택을 등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익태는 마요르카 교향악단을 창단해 직접 지휘했고 교향시 '마요르카'를 작곡하는 등 1950~1960년대 마요르카의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팔마에는 이미 '안익태 거리'로 명명된 대로와 안익태 기념비가 있다. 마요르카 정부는 19세기 쇼팽이 머물렀던 발데모사 수도원과 화가 호안 미로의 작업실 등을 관광 명소로 개발한 바 있다. 대사관 관계자는 "세계 각지에서 마요르카를 찾아오는 관광객이 연간 1000만명에 달해, 안익태 고택을 잘 보존하면 국가 홍보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집은 원래 안익태가 1946년 스페인 여성 마리아 탈라베라(2009년 작고)와 결혼하고 마요르카로 이주하면서 사들여 1965년 사망할 때까지 말년을 보낸 곳이다. 안익태 사망 후 생활고에 빠진 가족이 집을 팔려고 하자 권영호 인터불고 회장이 지난 1990년 개인 돈으로 사들여 한국 정부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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