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에서 사망한 이지현씨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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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현지 27일(금) 저녁 해질무렵부터 고 이지현 씨 부모님 두분이 사고 현장인 calle Alcala 29-31번지 앞에서 조용히 피켓을 들고 외롭게 서 계셨습니다. 아버지는 여러분들이 익히 보셨을 지현씨 환히 웃는 얼굴과 함께 부모님들의 심정토로 및 스페인정부를 향한 메시지 글이 적힌 스페인어 대자보를 앞에 들고 계셨고, 어머니는 스페인 정부에 각성을 촉구하는 글귀를 들고 서 계셨어요.
지나가던 마드리드 시민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어 글귀를 읽고 관심을 보였습니다. 또한 그 근처 옆옆건물 즈음에서 일하시는 노동자 아주머니 두어분도 오셔서 사고 당시 현장 상황을 전해주셨어요. 지현씨 부모님이 사고 현장에 놓아두신 꽃을 관광청 관계자가 재빨리 바로 치워버리더라는 목격담... 사고가 터졌을 때 엄청난 소리가 나서 이분들이 자기가 있던 건물에서 막 나와봤을 때 현장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못 찍게 하더랍니다. 그래서 자기가 일하는 건물 옥상에 올라가 아래로 향해 사진을 겨우 한장 찍어놨다고 보내주겠다고 하셨어요.
또 어떤 스페인 남자분이 대자보 들고 서 있는 아버님께 와서 흥분한 목소리로 막 뭐라고 말해서 아버님이 옆에 있던 저에게 이 사람이 뭐라뭐라 나한테 말하는 거 같은데... 하셔서 의사소통 도와드렸는데, 이분 왈 자기가 아내와 딸과 거길 지나가던 중에 사고 현장을 바로 눈앞에서 봤다고... 지현씨 바로 옆에서 걷던 한 스페인 남자는 돌덩이가 지현씨 머리위로 떨어져서 간발의 차로 목숨을 건졌고 엄청나게 놀랬답니다. 이 두 스페인 남자들이 앰뷸런스 올때까지 지현씨 옆을 지켰다네요. 사고 현장 주변에 있던 또다른 남자 어르신이 놀래서 실신하셨고 앰뷸런스에 실려갔답니다.
떨어진 돌덩이는 그냥 장식물 정도의 크기가 아니었답니다. (제 기억에 스페인 신문에서 길이가 15cm라고 본 거 같은데) 그 15cm는 구조물의 폭입니다. 폭만 15cm라는 겁니다. 지금 스페인언론에 나온 현장 바닥 사진은 떨어진 돌덩이 다 치우고 약간의 잔해만 남겨진 모습이라고 봐야겠지요.
어쨌든 눈앞에서 봤다는 이 남자분이 자기가 본걸 엄청 흥분상태에서 말씀하셨고, 아버님 울음을 터뜨리시고, 두 남자가 부둥켜안고 한참을 우셨어요. 또 현장 사진을 바로 남겨야할 거 같아서 사진을 찍었었고, 지현씨 끔찍한 모습이 담긴 것도 포함되어 있다네요. 이분은 자기가 도울수 있는 건 모두 다 돕겠다고 하면서 증인 출석 등도 해주시겠다고 하셨고, 지금 이 사건으로 다큐멘터리 필름도 구상중이라고 합니다.
오늘(토)은 낮부터 점심먹을 때 빼고 하루종일 서 계십니다. 사고 지점인 Alcala 29-31번지 앞에서 있다가, 근처에 있다는 스페인 외교부 건물 앞에서도요. 특별한 다른 일정이 잡히지 않는 한 매일 시위하신다고 하니 스짱님들중에 마드리드 계시는 분들은 오전이나 오후 시간 괜찮으실 때 짧게라도 동참해 주시면 유족들에게 힘이 될 겁니다. 참고로, 집회는 20인 이하로 모이는 건 따로 신고할 필요가 없고 합법이랍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받은 인상은 두분이 외롭게 이 상황을 통과하고 계시지만, 묵묵히 매우 강인한 분들이라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사실 어쩌면 우리가 이분들께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님께서 그러시더군요. 처음엔 딸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 때문이었지만, 스페인 공무원들을 대하다보니 이 사람들에게 정신차리라는 경종을 울리고 싶고 지금은 그게 목표라고 하셨어요.
소송까지 가실걸로 보입니다.
네이트판에 이지현씨 사촌분이 글 올렸습니다 추천 부탁드립니다.
https://m.pann.nate.com/talk/348686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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