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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간 봉쇄된 스페인에서 내가 딱 세 번 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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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03회 작성일 20-04-12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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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9일 스페인이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위기 상황을 선포한 지 만 27일이 되어 간다. 현지시간 오후 7시 기준으로 통계 사이트 월도미터(worldometer)에는 스페인의 총 확진자수가 15만2446명, 사망자수는 1만5238명으로 집계되어 있다. 두 수치 모두 미국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9일 스페인 언론들은 지난 7일까지 나흘간 사망자 수 증가율이 연이어 떨어졌다는 것을 보도했다. 물론 8일과 9일 다시 소폭 오르는 것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현재 스페인의 사망률 증가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과 이탈리아보다 더 빠르게 잡히고 있는 것으로 봉쇄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는 아직 국가 위기 상황을 2주 더 연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보도다. 경제 상황 악화에 대한 걱정으로 상황이 호전되기 시작한 지금 천천히 격리 해제를 시작해야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내부에 많은데, 보건부를 위시한 중앙 정부는 아직 조심해야 하는 단계라는 기조를 갖고 있다는 것. 과학적 증거가 격리 해제를 시작해도 되겠다는 결론에 부합할 때라야 격리 해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3주간의 봉쇄

지난 3주간의 봉쇄는 정말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었다. 최근으로 오면서 스페인 정부는 격리 수준을 더 높였다. 현재는 필수 업종을 제외하고, 재택 근무가 가능한 모든 사람들은 장을 보고 약을 사고 개를 산책시키는 정도의 이유가 아니고는 집을 떠날 수가 없다.
  
나는 개도 없고 사 올 약도 없어서 장을 보러 세 번 밖을 나갔다 온 것이 전부였는데, 그러니 말 그대로 3주간의 집콕이었다. 공부나 일을 하는 중에 간절히 쉬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면 그토록 그리운 집콕이었건만, 산책도 할 수 없고 바이러스를 피해 오롯이 집에만 꼭꼭 숨어 있어야 하는 생활은 보통 일이 아니다.

육체적으로 활동이 줄어들어 푹 자는데도 피곤하고 나른하고, 볕도 부족하다. 연구실 동료들과 이런 저런 화상 미팅들을 하면서 사이사이 일을 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그러는 사이에 하루 하루는 쉽게 가지만, 갈수록 집중력은 떨어지는 느낌이다. 친구들,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다들 상황은 비슷하다.

그나마 우리는 젊은층이라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걱정이 크지는 않은 편이지만 각자 가족에 대한 걱정이나, 악화된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같은 것들로 인한 우울감이나 무력감들이 조금씩 있는 것 같았다. 스트레스는 있는데 집에만 있다보니 계속 먹게 된다는 이야기들도 한다. 

연구자들의 경우, 아이가 있는 연구자들과 없는 연구자들의 상황은 또 다르다. 바이오인포매틱스 계열의 연구는 컴퓨터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아이가 없는 연구자나 학생들의 경우는 늘상 하던 일을 집에서 하게 되는 것이라 할 만하다고들 한다. 더러는 집중도가 더 높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가 있는 연구자들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아이를 돌보고 함께 하는 시간이 있다보니 자연히 일할 수 있는 시간에 제약이 있어 그에 대한 스트레스가 생긴다는 거다.

연구자의 커리어는 매년 발표한 논문의 수나 질을 가지고 평가된다. 그렇다보니 트위터에는 이 같은 고민도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상황에서 아이가 있고 없고에 따라 커리어에 영향을 미치게 될 소지가 있으니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금 스페인은 아이들도 봉쇄와 함께 모두 집에 갇혀 있다. 그나마 장을 보러가는 것도 어른들의 일이라 지난 3주간 모든 아이들이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를 못했다.

매체들은 이것이 아이들의 정신, 육체 건강에 미칠 영향과 정규 교육 과정에 대한 우려들도 다루고 있다. 학교들은 서둘러 온라인 수업이나 교재들을 준비하는 상황이지만 그것도 녹록지가 않다. 덩달아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학교 진도를 집에서 대신 지도해야 하는 숙제가 생겨 다들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가 위기 상황이 금방 해제되지 않을 것이고, 해제되더라도 순차적으로 강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진행이 될 것이라는 것, 학생들은 최대한 마지막 단계에 학교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서, 어쩌면 여름방학이 끝난 뒤에나 개학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온전히 집에 갇힌 딱한 아이들을 위해 확진자 곡선이 안정기로 들어서면 부활절 이후부터 아이들이 집 근처에서 (다른 사람들과 접촉이 없는 범위에서) 조금씩 산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논의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알려진 바 없지만 조만간 발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소식 전하는 스페인 언론, 5년간 이런 적은 없었다
 
콜센터 인근 구로역 방역작업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12일 오후 서울 구로역에서 한국철도공사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코로나19 예방 조치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 콜센터 인근 구로역 방역작업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3월 12일 오후 서울 구로역에서 한국철도공사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코로나19 예방 조치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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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 지난 3주간 장을 보러 세 번을 나갔다 왔지만, 이마저도 힘든 사람들이 있다. 노인들이나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국가 위기 상황이 선포되고 며칠 되지 않아 온라인 구매가 너무 많아져 슈퍼마켓들의 경우 더 이상 배달이 불가능한 지경이고, 이로 인해 노인들이나 집에서 지내는 환자들과 같이 꼭 온라인 구매를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이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틀 전쯤 슈퍼마켓 체인 카레푸 온라인 페이지에도 안내가 있었다. 70세 이상의 노인이나 장애인, 임신부의 경우가 아니면 현재 온라인 구매가 불가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매일 새로운 국면이 등장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생경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 것은 이곳 매체들이 한국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페인에서 지낸 5년여 간, 이만큼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보도한 일은 없었다. 이곳 사람들에게 한국은 보통 북한과의 관계, IT산업 정도의 키워드로 인식되는 나라였기에 그런 이유가 아니고서는 언론에서 보도되는 일은 드물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처음부터 한국을 크게 보도했던 것은 아니다. 중국과 가까운 아시아 나라로 확진자가 생겼고, 그 수가 늘어가고 있다는 등의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보도들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스페인이 국가 위기 상황이 선포된 직후였다.

3월 16일부터 시작해 많은 매체들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법을 소개하고 그것이 얼마나 훌륭한 대처였는가와 같은 평가들을 반복해서 다뤘다. 이를 테면, 3월 16일자 일간지 라반가르디아의 기사 '한국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위대한 승자다'는, "3주만에 한국은 코로나19 감염이 두 번째로 많은 나라에서 감염을 급속히 멈춘 나라가 되었는데, 이는 투명성, 새로운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조직과 시민들 모두의 책임감 있는 태도의 조합 덕이었다"로 시작했다.

연이은 기사들에서 한국은 어떻게 이동을 제한하지 않고도 통제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와 관련한 내용들이 방대하게 다뤄졌다. 이는 한국의 이번 방역 과정이 모두에게 본보기가 되기도 하지만, 특히 온 국민의 격리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동원하게 된 스페인을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들의 현 상황과 대비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에도 이곳 언론에는 여러 한국 관련 기사들이 실리고 있다. 9일자 기사들 중에는 "한국 정부가, 한국을 대상으로 입국 허용을 차단한 국가들을 위주로 무비자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으며, 이는 최근 해외에서 유입되는 확진자 케이스가 증가하는 추세에 따른 결정이다"라는 것과 "현재 코로나19 관련 한국의 방역 노력에는 한국의 일부 개신교 교회들이 장애가 되고 있다"와 같은 내용 등 관련 기사들이 꽤 자세히 다루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이라는 줄기에서 이어지는 지엽적인 이야기들도 지속적으로 소개되는 이런 현상은 신기한 일이기도 하고, 자랑스러운 일이기도 하고, 또 사회 '다양성'에 기여하는 멋진 일이기도 하다.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이 일을 계기로 우리 인류가 얼마나 서로 얽혀 있는 운명공동체인가를 깨달았다는 데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는 현장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기여하고, 궁극적으로는 인류가 '다양성'에 더 익숙해지도록 돕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이다.

우리 모두가 코쿠닝(cocooning: 우리가 곤충이 고치에서 지내듯 집콕을 하는 것을 지칭하는 말)을 끝내고 코로나19를 이겨내는 그날에는 '우리가 모두 함께 해낸 것'이라는 울림이 저마다의 가슴에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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