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딸루나 한인회 - 바르셀로나 한인회

 
   
 



 스페인/바르셀로나에서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내용들은 이동 또는 임의 삭제 될 수 있습니다.

건전한 한인회 홈페이지 운영을 위해 협조를 부탁 드립니다.

총 게시물 209건, 최근 1 건
   

[수필] 고향의 봄이 오는 소리 - 이덕대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2018-03-08 (목) 17:59 조회 : 212
벌레가 입을 떼고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났으니 이제 봄이 본격적으로 올 것이다. 남녘의 바다에서부터 동토의 북녘까지 어김없이 봄은 사뿐사뿐 오고 있을 것이다. 봄은 봄비로부터 오는 것 같지만 빛, 바람, 소리로도 온다. 어린 시절 봄은 여러 가지로부터 왔다. 양지바른 곳에 쌓아둔 짚동 속 새끼 고양이의 앞발질, 돌담 위 갓 태어난 염소의 앙증스런 뜀박질은 물론 초가지붕 추녀 밑의 조그만 꽃다지의 노랑 꽃잎, 산골짝 맑은 물속의 가재 움직임으로도 왔다.

끝물의 겨울 볕은 남향 집 마루 끝에 오후의 나른함과 함께 물안개 같은 봄을 가져다 놓고 아직 움도 트지 않은 감나무 아래로 사라졌다. 지금쯤이면 바다는 바다, 산은 산, 계곡은 계곡대로 나름의 소리로 봄을 부르고 그 곳이 어디든 잔약한 봄풀들이 새벽 한기 속에서 맹춘(孟春)의 까탈스러운 날씨를 붙들고 꽃대를 밀어 올리느라 애를 먹기도 하겠다.

철부지로 세상을 모를 때에도 봄이 소리로 오는 것은 알았다. 어린 심장은 쿵쾅쿵쾅 뛰었지만 봄은 두근두근 아주 낮은 소리로 왔었다. 가끔은 해가 이울 쯤 황토 빛 하늘 아래 짙은 청솔 연기와 함께 나른한 소리로 오기도 했다. 구름, 하늘, 땅 속으로부터 봄의 움직임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봄볕은 꿈같은 아지랑이 길을 만들고, 새로운 날들을 준비한 새싹들이 여기저기 땅을 밀어 올려 연두색 융단을 깔기 시작할 때쯤이면 호박벌과 노랑나비 그리고 새들의 노래와 날갯짓이 가슴 벅찬 봄의 소리가 된다.

이제는 봄이 오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던 심장 박동 소리도 언젠가부터 사시사철 전혀 달라짐이 없음은 어쩐 일일까. 매일 두터워지는 볕의 무게와 그에 따른 자연의 변화소리를 듣지 못함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때쯤이면 생명의 환희로 넘쳐나던 고향의 봄은 텅 비었다. 이제 고향은 빛과 소리로 봄이 오던 그런 곳이 아니다. 봄을 맞고 봄을 즐길 봄 처녀도 봄 총각도, 봄 마중하는 사람들도 없다. 볕이 주는 축복과 봄볕이 가지고 오는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봄에 기대를 거는 사람이 없기 때문일지 모른다. 두고 온 고향집 마루 끝에는 주인 없는 고양이가 게으른 기지개와 함께 봄을 맞고 있을 듯하다. 어쩌면 남쪽으로 길게 뻗은 가지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봄을 기다리다 꺾이고, 꽃만 피우고 익을 때까지 감 한개도 간수 못하는 늙은 월하 감나무만 끝물의 겨울 볕을 붙들고 언제 봄이 오냐고 묻고 있으려니.


100 글자 이상 100 글자 까지 작성하실수 있습니다. (현재 0 글자 작성하셨습니다.)
☞특수문자
hi
   

총 게시물 209건, 최근 1 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09
안녕하세요, La Roca Village 에서 고국의 명절 “추석” 을 앞두고 까딸루냐 한인회 이사님들을 초대하여 조촐한 환영 리셉션을 가졌습니다. 지난 18일 13시, La Roca Village내에 위치한 중앙광장에서  한인회 회장단과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추석 환영식을 …
관리자 09-19 117
208
백승호(21·페랄라타 지로나B)가 자신이 한때 몸담고 뛰었던 바르셀로나B(바르셀로나 2군)를 상대로 소속팀의 주장 완장까지 달고 뛰었다. 백승호는 17일(이하 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미니 에스타디에서 열린 2018~2019 스페인 세군다B(3부리그) 그룹3 바르셀…
관리자 09-18 12
207
가을이 오면 산골 낮은 길고 밤은 짧다. 추수기 시골 밥상은 곤궁하고 찬들은 소박하다. 기껏해야 오이나 가지 냉국에 텃밭 그늘에서 벌레에 뜯겨가며 어렵게 자란 열무김치 한 종발 오르는 게 전부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어머니는 논일 들일로 바빠 읍내 자취…
관리자 09-05 111
206
안녕하십니까, 까딸루냐 한인 여러분.  어제, 8월 30일, 아시아나 항공 서울-바르셀로나 직항 취항식이 열렸습니다.  첫 취항기에 서울에서 바르셀로나로 오는 비행에서는 300명 만석이었고,  바르셀로나에서 서울로 향하는 비행에서는 200명으로 큰 성…
관리자 08-31 673
205
별은 매일 태어나고 세상 어디에서나 뜨고 진다. 옛 사람들이 별(星)글자를 매일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만든 것은 의미 있다. 별은 언제나 바라보는 하늘 어디쯤에 있었으며,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세상을 향해가던 시절에는 별 하나를 가슴에 품고 등대삼아 살아왔…
관리자 08-22 46
204
편지는 마음을 여는 문이며 마음으로 다가가는 길이다. 편지는 바람으로 왔고 향기로 날아갔다. 침을 묻혀가며 썼던 눈물 젖은 편지도 웃음 한가득 편지도 이제는 추억으로 남았다. 손으로 쓴 편지에는 글자만 넣어 보낸 게 아니다. 정성스럽게 말린 꽃잎, 갈잎도 …
관리자 08-15 128
203
안녕하세요.  재  스페인  한인  총 연합회의 소식 전달합니다.  General  de los Residentes Coreanos en España Asociación        C/ Pozo Dulce    n2      13001   C-Real  &n…
관리자 08-10 122
202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한낮, 푸르고 하얗게 쩔쩔 끓는 바다는 낮은 물결이 일고 옅은 비린내가 적당히 풍긴다. 오랜 가뭄으로 흙먼지가 쌓인 호박잎들은 지친 듯 축 늘어졌다. 햇살만 가득 찬 포구는 눈을 씻고 봐도 사람구경을 할 수 없을 만큼 텅 비었다.모처럼 …
관리자 08-10 126
201
                                재  스페인  한인  총 연합회 General  de los Residentes Coreanos en España Asociación  …
관리자 07-24 253
200
스페인한인총연합회에서 행사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스페인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건승을 빕니다. 2018년 8월 15일 목요일 오전 11시 30분, 마드리드한국문화원에서 73주년 8.15 광…
관리자 07-13 280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맨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