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딸루나 한인회 - 바르셀로나 한인회

 
   
 



 스페인/바르셀로나에서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내용들은 이동 또는 임의 삭제 될 수 있습니다.

건전한 한인회 홈페이지 운영을 위해 협조를 부탁 드립니다.

총 게시물 205건, 최근 1 건
   

[수필] 고향 숲이 주는 교훈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2018-04-03 (화) 08:27 조회 : 1601
가월(嘉月)의 아침 해가 산마루를 끌어 내리며 안개 속에 잠긴 마을로 다가서면 몇 아름드리 되는 느티나무와 팽나무, 이팝나무 숲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팔을 벌리고 즐겨 봄 햇살을 맞는다. 밝은 아침 해는 나무와 하늘의 경계에서 부서지고 부서진 빛의 파편들은 폭포의 작은 물방울처럼 마을 지붕 위와 와룡동천(臥龍東川)으로 튕겨 내린다. 마을과 개울, 논과 밭 사이로 특별히 구분이 되어있지 않지만 옛 사람들은 지금 숲을 이룬 나무들을 심을 때 원칙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커다란 바위나 땅의 경사를 정리하지 않고 그냥 자연 속에 어울려 살도록 나무들을 심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굵은 나무들은 척박한 땅 속으로 더 이상 뿌리를 깊이 박지 못해 돌 틈 사이로 울퉁불퉁 근육질의 뿌리를 드러낸 것들도 있다. 하늘을 막아서는 가지들은 마치 원시의 수림처럼 여유가 없을 정도로 빽빽해 보이지만 각자의 영역을 지키고 있는 뿌리 쪽으로 내려오면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서로의 삶과 구역을 이해하는 것처럼 간격은 충분하다. 오백년 이상의 시간을 한 곳에 뿌리내리고 서로 부둥켜안고 살았으니 어찌 그러지 않을까.

나무와 나무, 바위와 흙이 어우러진 그 곳에서 아이들은 놀이 속에서 커갔으며, 어른들은 흐르는 계절의 시간들을 보면서 삶의 여유와 기쁨을 누렸고 지나가던 뻥튀기장수, 생멸치차도 이 숲에서 장사를 벌였다. 숲은 말하지 않았지만 계절에 따라 나뭇잎들은 창날 같은 햇살을 은빛으로, 때로는 푸른 삼대처럼 화려하게 펼쳐 갔다. 구름은 숲의 나무 가지들에 걸리지 못했고 품었던 물방울들을 떨어뜨리고 앞산 위로 쫓겨 갔다. 바람도 숲의 나무들을 건드리지 못했고 참을 수 없을 만큼 무더운 여름날은 오히려 나무들이 바람을 불러왔다. 숲은 넉넉했고 조용했다. 아이들 공은 작은 돌들과 흙 사이로 굴러 다녔으며 조그만 여자애들은 고무줄 위에서 나비처럼 폴짝폴짝 뛰었다. 아낙들은 졸리고 반쯤 감긴 눈으로 튼실한 허벅지를 드러낸 채 삼을 삼았고 어린아이는 매미소리 아래서 엄마의 젖무덤을 헤집었다.

화월(花月)의 좋은 날이 오면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서 선정에 드셨듯이 오래된 고향 숲에 도심의 지친 몸을 씻으러 가보고 싶다. 그 시절의 마음들을 다시 만날 수는 없겠지만 직박구리가 둥지를 틀던 팽나무 꼭대기를 보며 어울려 살았을 때의 행복을 느껴보고 싶다. 서로가 잘났다고 하는 이 혼탁한 세상에 서로 다른 나무들이 한 곳에 뿌리내려 오백여년을 함께한 숲이 주는 교훈은 참으로 크다.

100 글자 이상 100 글자 까지 작성하실수 있습니다. (현재 0 글자 작성하셨습니다.)
☞특수문자
hi
   

총 게시물 205건, 최근 1 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05
편지는 마음을 여는 문이며 마음으로 다가가는 길이다. 편지는 바람으로 왔고 향기로 날아갔다. 침을 묻혀가며 썼던 눈물 젖은 편지도 웃음 한가득 편지도 이제는 추억으로 남았다. 손으로 쓴 편지에는 글자만 넣어 보낸 게 아니다. 정성스럽게 말린 꽃잎, 갈잎도 …
관리자 01:12 33
204
안녕하세요.  재  스페인  한인  총 연합회의 소식 전달합니다.  General  de los Residentes Coreanos en España Asociación        C/ Pozo Dulce    n2      13001   C-Real  &n…
관리자 08-10 31
203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한낮, 푸르고 하얗게 쩔쩔 끓는 바다는 낮은 물결이 일고 옅은 비린내가 적당히 풍긴다. 오랜 가뭄으로 흙먼지가 쌓인 호박잎들은 지친 듯 축 늘어졌다. 햇살만 가득 찬 포구는 눈을 씻고 봐도 사람구경을 할 수 없을 만큼 텅 비었다.모처럼 …
관리자 08-10 79
202
                                재  스페인  한인  총 연합회 General  de los Residentes Coreanos en España Asociación  …
관리자 07-24 198
201
스페인한인총연합회에서 행사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스페인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건승을 빕니다. 2018년 8월 15일 목요일 오전 11시 30분, 마드리드한국문화원에서 73주년 8.15 광…
관리자 07-13 224
200
스페인한인총연합회에서 행사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재서 한인들의 건승을 빕니다. 2018년 7월 21일 토요일 13시, BILBAO MEAZTEGI GOLF에서 재스페인 한인 친선 골프대회 및 한국 전국 체전 스페인…
관리자 07-04 226
199
안녕하십니까 까딸루냐한인회 여러분,  하지를 지나 무더위가 계속 되는 가운데,  기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지난 6월, 한인회 청년들이 유럽한인축구대회에 참가하여 3위를 기록하였습니다.  A조 네델란드/ 프랑스/ 스페인인 까딸루냐 …
관리자 06-25 292
198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스페인 한인 작가 유혜영(49·여) 씨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이야기하는 그림에세이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홍익출판)를 출간했다.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전시기획자 등으로 활약하는 유 씨는 스페인 북동부의 지중해 연안도…
관리자 06-11 208
197
안녕하세요 까딸루냐 한인회 여러분, 촤관성씨의 단독후보로 스페인 체육회장이 결정되어, 2018년 6월 1일부터 스페인 체육회장으로서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2018년 한국 전국체전은 …
관리자 06-11 217
196
Este jueves ser? el d?a de JOKBAL Si quieres probarlo ll?manos 646609562 o deja un mensaje por Facebook o Instagram hasta hoy por la tarde Por que vamos a comparar carn? 이번주 목요일 족발 데이!! 족발 드시고 싶은 분들은 미리 예약해 주심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오후까지 646609562 로 연락 주시면 감사…
리틀 코리아 05-16 138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맨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