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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물 부족,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해법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2018-07-11 (수) 21:27 조회 : 1002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 그에게는 '건축의 천재'라는 수식어 붙어 다닙니다. 그는 어떤 형식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천재성을 작품 속에 유감없이 녹아냈습니다. 그래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창적인 건축세계를 펼쳤다는 찬사를 받습니다. 

천재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천재는 타고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상상을 뛰어넘는 통찰력과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 없는 천재는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구엘공원에 있는 소박한 가우디의 집.
▲  구엘공원에 있는 소박한 가우디의 집.
ⓒ 전갑남

가우디가 천재적인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던 것은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가우디의 든든한 경제적 후원자 구엘(1846~1918)이라는 친구가 옆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가우디보다 여섯 살 위인 구엘은 벽돌제조업, 무역업 등으로 많은 돈을 번 재력가였습니다. 두 사람은 구엘이 세상을 뜨기 전까지 40여 년간 후원자로, 때로는 예술가로서의 동지로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풋내기 건축가에 불과했던 가우디가 바르셀로나 최고의 갑부 구엘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구엘과의 만남은 가우디 일생을 바꾸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가우디가 1878년 프랑스 세계만국박람회에 작품을 출품하게 되는데, 구엘은 그의 독특한 디자인에 마음이 끌리고, 이를 계기로 가우디를 후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우디는 1886년 구엘을 위한 이른바 '구엘저택'을 짓습니다. 구엘저택은 130여년 전 건물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현대적이고, 주거에 편리성을 추구하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구엘저택이 지어진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신뢰감이 쌓였다고 합니다.

1900년경에는 구엘의 꿈과 가우디의 창조적 예술성이 만난 합작품이 탄생합니다. 가우디의 동화적 상상력이 구엘이 꿈꾸던 현실과 만나 이뤄낸 걸작, 구엘공원인 것입니다.

 지중해 푸른 초목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남긴 구엘공원입니다.
▲  지중해 푸른 초목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남긴 구엘공원입니다.
ⓒ 전갑남

 동화 속 건물 안에서 구엘공원 구조물들을 널리 찍었습니다.
▲  동화 속 건물 안에서 구엘공원 구조물들을 널리 찍었습니다.
ⓒ 전갑남

우리 일행은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처로 각광을 받는 구엘공원에서 여행에서 오는 피곤함을 잠시 잊습니다. 

동화 속 이야기를 담아내려 했던 구엘공원

우리 여행을 안내하는 가이드가 구엘공원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배치도를 보면서 설명을 합니다.

"이곳은 가우디 자연주의 건축세계를 엿볼 수 있는 구엘공원인데요, 원래는 영국의 전원도시를 동경한 구엘이 주택단지를 조성하여 분양하려는 계획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주택단지 건설은 자금난과 분양에 실패하고, 공사는 중단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바르셀로나 시에서 공원으로 조성하여 자연친화적인 명품공원으로 새롭게 탄생한 곳이지요."

14년에 걸쳐 진행된 주택단지 조성은 실패로 방치되었습니다. 하지만, 공원으로 재탄생한 후, 몇 개의 건물과 도리아식 중앙홀, 광장, 그리고 모자이크 벤치 등에서 가우디의 상상력이 돋보이고, 시대를 앞서간 자연주의 건축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새로운 얼굴로 나타났습니다.

정문을 바라보는 건물 두 채가 보입니다. 관리실과 관리인의 가족들이 주거하는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기념품점과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건물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아내가 내게 말을 붙입니다.

"이 건물들, 과자로 만든 집 같지 않아요?"
"그렇게 보니 맞네, 외벽을 쿠키색의 생크림이 덮고, 곳곳이 초콜릿색까지!"

건물 외벽이 독특합니다. 아내 말따나 과자모양의 동화 속 이야기가 담긴 집 같습니다. 실제로 가우디는 헨젤과 그레텔의 공연에서 감명을 받아 동화 같은 건물을 조합시켰다고 합니다. 

건물에서 직선과 모가 난 각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둥글고 부드러운 곡선이 건물을 감싸고 있습니다. 가우디 건축의 특징이 여기서도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화려한 도마뱀. 타일의 조각을 모아 디자인했다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연금술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  화려한 도마뱀. 타일의 조각을 모아 디자인했다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연금술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 전갑남

두 건물에서 계단을 따라 오르자 화려한 채색 타일을 한 조형물들이 보입니다. 자연주의를 상징하는 동물 조형물 중 도마뱀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도마뱀 머리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에 관광객들은 도마뱀과 함께 인증 샷을 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려는 건축세계를 펼쳤다 

구엘공원은 바르셀로나 북쪽 언덕 위 산비탈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여기서 가우디는 산을 깎아내리지 않고, 곡선을 살려 두 가지 높이의 산책길을 만들었습니다. 거칠게 깎은 돌로 윤곽을 만든 공원 안의 길은 지중해의 초목들과 조화를 이뤄 자연스런 공간이 되었습니다. 특히, '파도동굴'이란 이름의 산책길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천연동굴과 같은 분위기가 풍깁니다. 

 천연동굴이라는 느낌이 든 산책길이 걷기에 참 좋습니다.
▲  천연동굴이라는 느낌이 든 산책길이 걷기에 참 좋습니다.
ⓒ 전갑남

파도동굴은 마치 파도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늘진 산책길이 호젓하고 시원합니다. 인간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지기를 바랐던 가우디의 신념이 산책로에서도 자연스럽게 묻어나옵니다. 천천히 걷다 아내가 파도동굴 기둥 중 하나를 보더니 손짓을 합니다. 모자를 벗어서 물동이를 이는 포즈를 취합니다.

"여기 돌기둥 좀 봐. 예전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물동이 이고 있는 모습과 똑같아! 나 사진 한방 부탁!"

 구엘공원 ‘파도 동굴’에서 아내가 물동이를 이고 있는 기둥 조각을 흉내내며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  구엘공원 ‘파도 동굴’에서 아내가 물동이를 이고 있는 기둥 조각을 흉내내며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 전갑남

우리는 지붕을 떠받치도록 일렬로 세운 큰 돌기둥들이 서있는 중앙홀에 올랐습니다. 86개의 도리아식 원기둥들이 떠받히고 있는 콜로네이드 중앙홀은 신비스런 그리스신전을 재현하려고 했다 합니다. 

"이제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세요! 천정에서 태양과 구름이 떠 있는 하늘이 연상되지 않나요?"

 콜로네이드 홀에는 거대한 기둥들이 테라스를 바치고, 천장의 웅장한 원형과 태양을 상징하는 것들이 신전처럼 버티고 있습니다.
▲  콜로네이드 홀에는 거대한 기둥들이 테라스를 바치고, 천장의 웅장한 원형과 태양을 상징하는 것들이 신전처럼 버티고 있습니다.
ⓒ 전갑남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천장을 주시합니다. 천정에는 원형 모양의 태양을 상징하는 모자이크 장식이 있고, 올록볼록한 천장은 마치 구름이 피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늘어선 기둥들은 그러니까 빗줄기처럼 보입니다. 

자연의 순환 원리가 있는 구엘공원

홀에서 뒤쪽의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인 거대한 광장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무슨 공사를 진행하는 듯 쌓인 자재들로 광장은 좀 어수선한 느낌이 듭니다. 

광장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모자이크 장식이 된 벤치가 인상적입니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길게 이어진 형형색색이 아름답습니다. 딱딱할 것 같은 벤치에 앉아보니 의외로 편안합니다. 

 탁 트인 드넓은 구엘공원의 광장. 공사 중으로 어수선하였지만 바르셀로나 시가지가 한눈에 보이고, 지중해의 푸른 바다가 장관입니다.
▲  탁 트인 드넓은 구엘공원의 광장. 공사 중으로 어수선하였지만 바르셀로나 시가지가 한눈에 보이고, 지중해의 푸른 바다가 장관입니다.
ⓒ 전갑남

광장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르셀로나의 시가지가 그야말로 환상적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지중해 푸른 물결이 맑은 하늘과 함께 별빛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벤치에 앉아 있는 우리 일행에게 가이드는 설명을 이어갑니다.

"우리는 여기 구엘광장에서 중요한 사항 하나를 알고 가야합니다. 바르셀로나는 강우량이 그리 많지 않아요. 어떤 해는 물 부족으로 비상사태까지 선포하기도 하지요. 물 부족에서 오는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가우디는 1900년경에 이미 시도하였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죠."

가우디는 광장에 비가 내리면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으려 했습니다. 거대한 광장에 받아진 빗물은 여러 겹 쌓은 자갈과 모래로 스며들게 하고, 그렇게 걸러진 물은 광장 아래 콜로네이드 홀 구름을 본 딴 웅덩이에 고이도록 했습니다. 

고인 물은 거대한 기둥 속 관을 통해 지하로 흐르게 한 뒤, 신화 속 영물의 입을 통해 사람의 입으로 깨끗하게 돌아오게 한 것입니다. 빗물을 정화하여 물 부족을 해소하려는 가우디의 기발한 착상에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안토니 가우디 건축에는 늘 자연이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자신의 건축물 속에 담아냈습니다. 구엘공원은 가우디의 자연주의 철학이 그대로 재현된 푸른 정원으로 바르셀로나에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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