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박 공유 서비스가 도심 집값을 올리고 주민들을 외곽으로 내쫓는 ‘투어리피케이션’(관광자본에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을 부른다는 비판이 높아지는 가운데,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대안적 숙박공유 플랫폼도 생겨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13일(현지시간) 숙박 공유 수수료의 50%를 지역주민을 위한 사업에 사용하는 협동조합 형태의 페어비앤비(Fairbnb.coop) 서비스를 소개했다. 창립자인 시토 베라크루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도시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지역의 정원 조성과 이주여성들을 위한 도심농장 계획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어비앤비는 ‘믿을 만하고 공정하며 의식이 깨어있는 여행’을 지향한다. 에어비앤비(Airbnb)는 한 호스트(집주인)가 여러 개의 집이나 방을 내놓을 수 있지만, 페어비앤비는 한 집주인에 한 개의 시설만을 허용한다. 에어비앤비에는 여행사 등 상업적 업체가 숙소들을 매입해 직원들을 두고 운영하며 ‘현지인과 함께한다’는 당초 컨셉을 배신하는 숙소들도 있지만, 페어비앤비는 상업적 업체의 진입을 금한다.
대안적 숙박 공유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3년 전 시작됐다. 베라크루즈가 거주 중인 암스테르담은 급격하게 늘어난 공유 숙박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공유 숙박업의 부작용을 최소화해보자는 생각은 바르셀로나, 볼로냐, 베니스에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던 이들을 만나면서 현실이 됐다.
페어비앤비는 암스테르담, 이탈리아 볼로냐와 베네치아,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발렌시아 등 5개 도시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각 지역에서 선택할 수 있는 숙소는 아직 1~4곳에 불과하지만, 점차 유럽 전역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힐 예정이다.
유럽 각 지역은 에어비앤비 등 공유숙박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존 장기임대보다 수익성이 좋은 단기임대를 선택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청년층과 저소득층이 머물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 암스테르담과 파리, 바르셀로나 등 유럽의 10개 도시는 지난 6월 “단기 임대의 폭발적 증가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주민들이 쫓겨난다”며 EU에 투어리피케이션 해결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2008년 서비스를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지난 6일 전세계 700만개에 달하는 숙소를 전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12월까지 이뤄질 이번 점검은 예약 후 갑자기 묵을 방이 없다고 통보받거나 사진과 다른 시설로 불편을 겪는 등의 사기를 방지하겠다는 차원이다.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핼러윈 파티 총격사고로 5명이 숨진 뒤에는 파티장 대여를 전면 금지하고 신속대응팀을 만들어 위험도가 높은 예약은 따로 심사하겠다는 방안도 발표했다.